뮤직르포 정영선PD | 2006/08/20 21:11

메탈리카 공연후기
형님들을 알.현.하.다.

곱게 빗어 넘긴 머리에 부푼 중년의 몸이었지만 헤필드 형님의 카리스마는 영원하리.

8년 전 난 무얼 했던가. 그래, 찌질했던 것이다. 제도권 교육 하에서 담장 한 번 제대로 넘지 못했던 스몰스몰한 깜냥. 그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온다고 나는 형님들을 그냥 사뿐히 고이 보내 드렸던가. 8년이 지나야 이제야 알현하는 형님들. 이 하나의 공연으로 메탈리카를 어찌 다 평가하겠느냐마는, 공연장에서 나와 그대의 엄지손가락 어찌 연신 솟구지 않았을 것이며, 공연 뒤에는 시도 때도 없이 밀려오는 무한감동의 후폭풍 속에, 나와 그대 지금 이 시각 어찌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겠는가. 라스 형님에게서 스틱이라도 받은 그대는 지금쯤 인생에 세 번 쯤 온다는 기회 중 하나쯤은 채운 것만 같은 기분에, 없는 턱수염이라도 쓰다듬고 있지 않겠는가. (후사하겠소. 다른 악기는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나, 유일하게 드럼을 놀리는 내게 아래의 주소로 보내심은 어떠하오. 서울시 불라불라. 크 농담이오. 모 카드의 카피마냥 ‘라스의 스틱’... 어찌 그걸 값으로 따지리오)

조각조각 부서지는 드럼비트를 우리 가슴가슴에 표창처럼 꽂아주신 라즈형님.

이 날 라스의 스틱, 커크의 피크를 받지 못했다 함은 곧 그리 앞자리에선 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위치가 무슨 상관있었겠는가. 메탈리카는 석가였고 1만 5천명의 관객은 석가의 미묘한 움직임까지도 알아차리던 그 옛날 가섭과 같았으니, 말 그대로 이심전심 아니었겠는가. 관객들은 첫 곡 ‘creeping death’서부터 애니멀 사운드로 ‘die die die(이 와중에도 동굴소리 효과를 내시는 분까지도 있었으니 헐)'를 함께 외쳤고, 8년 전에는 부르지 않아 기대치가 가히 최고조였던 ’master of puppets'를 부를 때는 소위 떼창으로 제임스 형님마저 흠칫 놀라게 하지 않았겠는가. 말 그대로 철저히 형님을 따랐다. Obey your master!!! ‘설마 이렇게 빠른 가사까지?’ 싶었던 battery마저 관객들은 떼창으로 흥분의 도가니(꼭 ‘탕’을 붙이고 싶단 말이다. 흥분의 도가니탕! )를 이어갔고 앙코르만 5곡으로 형님들은 보답했다.

가장 최근에 형님대열에 합류한 트루질로. 그의 개구리 걸음은 느리지만은 않았다.

제임스 형님 스스로 ‘리프에 손톱하나 들어갈 틈새 없이 곡이 완벽하여, 감히 가사를 붙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던 연주곡 ‘orion'이 흐를 때, 공연장에서 나와 함께 애비 애미 몰라 뵈고 나뒹굴던 임PD형님은 살짝 쿵 안구에 습기가 차 계신 듯 했고, enter sandman'에선 ‘exit light'에 맞춰 김장훈의 발차기를 날리기도 하였다. (실제 김장훈형님도 이 공연을 보러 왔더군. 훗. 이 날 체통을 지키던 장훈이형을 대신해 우리가 대신 발차기를 한 게지) 형님들은 이 날 두 시간이 넘는 공연 내내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형님들과 함께 늙어가는 처지의 관객들이 스스로의 노쇠의 정도를 실감했을 뿐) 제임스 형님의 웃장을 깐 모습이 아주 잠시간 ‘압박’, ‘굴욕’과 같은 요즘 무분별하게 넘쳐나는 단어를 연상케 하였으나 웬걸. 그 뱃살이 저 지치지도 않는 뿜기의 원천인데. 놀아본 애들 영역표시 하려고 뱉어내는 침이 아닌, 그저 자연스레 쏟아내는 침의 물줄기. 땀이 물 흐르듯 쏟아지는 모습. 이런 것마저 어찌 감동이 아니겠는가.

땀에 젖은 보글보글 파마가 여전히 매력적인 커크 형님.

공연이 끝나고 네 형님이 어깨동무를 하고 팬들을 향해 웃는 모습은, 아직 형님들이 건재하고 있음을 형님들 스스로도 만끽하고 있는 듯한 아주 흐뭇한 장면이었다. 이 날 카메라에 담았던 사진 중 부득불 한 장의 사진만을 현상해야 한다면 이 어깨동무하는 사진을 남기고 싶을 만큼. 뭐 사실 공연을 즐기느라 셔터를 누를 틈도 없었고 카메라 대신 ‘눈으로 잘 찍어, 마음으로 현상하여 남기면 될 터’이니, 나는 이 날 몇 십 통의 사진을 참 잘도 찍어 온 것이다. 정말 행복한 순간에, 정말 누군가가 사랑스런 순간엔 별 말이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사실 별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한다. 그저 ‘행복해’ 그저 ‘사랑해’ 이 말을 빼곤 다 군더더기고 미사여구일 뿐이라고 한다.(아니 그냥 절실히 느껴본 누가 그러더라고) 2006 메탈리카, 형님들, 감동입니다. 사랑합니다. 나도 이 말밖엔. 아! 또 오세요. 약속 하셨으니.

후설(뒷담화지 뭐.)
서포트 밴드 ‘Tool'의 공연이 끝나고 인터미션만 무려 1시간 20분. 조금이라도 앞자리를 선점하려 다닥다닥 붙어서 1시간 20분을, 나와 신경전을 벌였던 주위 분들에게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덕분에 퍽 더웠소. 크. 하지만 ’Gimme M' 'Gimme E' 'Gimme T' 'Gimme A' "Gimme L' 라고 외치던 형님들의 구호에 나도 다른 팬들도 짜증났던 마음 모두 눈 녹듯 다 사그라진 듯 하고... 8월 15일은 오직 훈훈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영구 기억될 뿐.

후설 둘.
‘master of puppets' 수록 전 곡을 ’다‘는 연주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일부 팬도 있는 듯한데. 하지만 이번 공연 set list 정말 좋지 않더이까?
뮤직 르포 정영선PD
(사진제공 액세스 엔터테인먼트)

* 공연 후 형님들이 한국에 남긴 메시지 *
“열정적인 성원을 보내준 한국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역시 여러분들은 최고였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팬들이 있는 곳을 8년 만에 왔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번 여러분들을 다시 보고, 그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좋은 앨범을 준비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좋은 공연을 만들어준 팬들과 공연 준비에 최선을 다한 우리 스텝과 한국스텝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새로운 앨범과 함께 더욱 강력해진 메탈리카로 돌아와 여러분들을 만나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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