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석 대중음악자유기고가 | 2009/07/03 09:43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주최 한 MBC 락페스티발에서 당당히 대상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락계에 입문을 하여 부활 9집에서 ’아름다운 사실‘을 불러 더욱더 잘 알려진 실력파 보컬 정단!!

자신의 음악을 표현하기위해 새로운 프로젝트 ‘그린페이스’로 활동 중인 그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탄탄한 기본기로 새 앨범을 만들어낸 그의 얼굴에서 또 다른 도전의 기운을 감지 할 수 있었다.

1]부활 활동이후의 근황이 궁금하다.

A. 부활에 오디션을 보았던 2003년, 라틴 빅밴드 코바나를 나와서 그 동안 틈틈이 써놨던 제 곡들을 같이 연주할 만한 밴드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홍대 언더씬이 이미 많이 무너져서 그런지, 아님 제가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을 같이 추구할 만한 친구들이 없어서 그런지 멤버 모집이 어렵더군요.

 

그러던 중 부활 오디션 제의가 들어 왔고 부활의 음악을 일단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좋을 거라는 생각에 오디션을 보고 가입하게 됐습니다. 제가 노래했던‘부활 9집’의 상업적 성과가 미흡한 상태에서 부활을 나온 2005년 여름부터 저의 앨범을 준비하는데, 혼자서 녹음 스캐줄, 그리고 편곡등 모든걸 하려니 시간이 참 많이 걸리더군요.

 

다행이 저를 믿고 도와준 후배연주자들이 있었기에 어려움 속에서도 2007년 락과 재즈, 그리고 블루스적인 느낌을 아우르는 그린페이스식의 색깔이 담긴 정규앨범 Kiss the nature를 발매했고요.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을 했어요. 다만 회사 없이 혼자서 기획을 하려다 보니 모든게 순조롭지 않았고요. 이번 1.5집은 잠깐의 외도를 해서 발라드와 소울풀한 곡들을 녹음해서 발표했습니다.

 

요즘은 그 이후에 쓴 그린페이스식 곡들을 편곡해서 이전 곡(1집,1.5집)들과 함께 무대에서 연주 하고 있는데, 5월31일 콘서트에서도 연주를 했죠. 그리고 2집에 들어갈 곡들도 한곡씩 녹음을 하려고 준비 하고 있습니다. 좀 어려운 상황에서 앨범 작업을 하다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미리미리 준비하려고요.

2]개인적으로 궁금한건데 '정단'이란 이름이 본명인지...? 만약 가명이라면 쓰는 이유가 있는지? 가명에 대한 의미도 궁금하다.

A. 정단이라는 이름은 부활 활동할 때 cj music 대표였던 분의 아이디어고요. 저는 일방적으로 쓸 수 밖에 없었던 이름입니다. 너무 즉흥적으로, 별 의미없이 나온 그분의 아이디어라 썩 마음에 들지 않아 오던 차에 제 개인 앨범 내면서 홍보의 어려움등을 무시하고 그린페이스로 이름을 바꿔 버렸답니다. 그래서 지금은 무대에서 정단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있죠. 아마도 그분의 아이디어는 부활의 다른 맴버들이 모두 세자의 평범한 이름이니까 좀 연예인 스러운 이름을 원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처음엔 ‘이단’이라는 이름을 제시하길래 “1000만 기독교인들에게 너무 반감을 주지 않을까요?” 라는 제 반문에 정단으로 바뀐 거고요. 좀 어이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 생각하면..... 그리고 그린 페이스는 좀 원초적인 사운드를 추구하는 제 음악이랑 어울린다는 생각에 제가 지은 새로운 이름이고요.

3]하드락 그룹 허쉬, 라틴재즈밴드 코바나, 부활의 9집 보컬을 거쳐 현재 그린페이스로 솔로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린페이스의 음악적 지향점이 있다면...

A. 사실 장르구별에 익숙한 것이 우리 음악 풍토잖아요. 저는 그보다 더 자유롭게 음악을 하는 음악 선진국들의 분위기가 부럽기도 하고 그렇게 음악을 하고 싶어요. 사실 제 음악을 듣고 음악하는 친구들도 무슨 장르일까를 한번쯤 생각해 볼 정도로 장르 구별에 민감하죠. 하지만 락이나 라틴, 그리고 재즈등 여러 장르에 친근감을 느끼다 보면 자연스레 나오는 음악이 저 같은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추구하는 음악은 락이나 재즈의 요소가 뒤섞인 좀더 밴드적인 연주의 손맛과 멤버들의 호흡이 잘 맛는, 그러니까 좀 미디적이기 보다 좀 인간적인 밴드 음악입니다. 그러면서 좀 서정적인 느낌과 묵직한 맛이 함께 했으면 하고요. 메시지의 테마는 인간, 자연, 그 중에서 우리의 토속적 자연의 느낌들도 테마가 될 수 있고요, 때로는 평범한 사랑이 될 수도 있고요. 풀숲, 민들레, 붉게 커진 햇님,하얀 나비, 이끼 초록빛 달 등이 제가 자주 애용하는 가사 들이거든요. 사운드적으로 자미로꽈이 보다는 데이브 매튜스나 제임스 모리슨같은 (제가 그들처럼 잘 할순 없지만요.ㅎㅎ)음악이 제가 갈 길이라고 생각해요.

4]그린페이스의 1집은 상당히 안정적이면서 인상적인 앨범이었다. 그린페이스가 추구하는 ‘슈퍼내추럴 어쿠스틱 사운드’에 대해 궁금하다.

A. 음악은 혼자서 할 수도 있지만 협연에 의해서 생기는, 즉 연주자의 독창적 해석과 손맛, 그리고 player들의 호흡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음악의 맛이 더 좋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음악을 만들면 이상하게도 밴드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슈퍼~ 사운드는 “기계적이기 보다는 인간적이고, 가볍기보다는 묵직한, 그리고 부드러운 듯 하지만 거친 맛도 살아 있는 음악”입니다. 물론 꿈꾸는 사운드이고, 제가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현재는 좀 부족하죠. 

 

5]최근 앨범은 1집에 비해 발라드곡들이 많아서 대중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린다, 새 앨범으로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A. 앨범 제목이 '외도' 잖아요. 사실 저는 음악적 외도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발라드는 허쉬팀할 때 기획사에서 하라고 해서 부른 이후 처음입니다.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는, 한마디로 처절한(?) 노래들이죠. 지금까지 나름대로 여러 음반에 참여해 노래를 했지만 이런 곡들은 처음입니다.

 

사실 제 음악은 시속 80 이상으로 달릴 때 어울리는 음악이 많거든요. 아마도 이번 앨범에 임하는 자세는 알앤비 가수가 되고팠던 장윤정씨가 트롯을 녹음할 때 느꼈던 기분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해요.ㅋㅋ 하지만 나름대로 제 스타일대로 소울풀하게 노래하니까 어울리는 부분도 있고, 음악적 외도로 많은 사람들이 ‘가을이나 겨울에 들을만한 쓸쓸한 음악’을 들려드리는 것도 의미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6]1집과 최근 앨범을 작업할때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없었나?

A. 2007년 초겨울 밤12시 1.5집 첫 녹음을 위해 갔던 녹음실이 생각보다 엉망 진창인 거예요. 한마디로 좀 장비가 문제가 있었습니다. 드럼의 상태나 기타 프리,컨버터 등등의 장비 가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다른 녹음실에 전화를 넣어서 ok 사인 받고 멤버들과 격려차 구경온 후배들이 모두 강변로를 타고 홍제동에서 양재동으로 이동하던 기억이 나요. 그 때 후배중에 한 녀석은 강변로를 오토바이를 타고 멋지게 달렸죠. ㅋㅋ 그래서 드럼과 베이스를 녹음했던 기억이 나요. 

 

그 때 후배들, 그리고 녹음 기사분 다들 고마울 따름이죠.정말 순수한 사람들이잖아요. 1.5집의 경우 좀 슬픈 이야기인데요. 뮤지션이란 게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굉장히 힘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 경제적으로요. 거기에 시련의 아픔이 있다면 더 하겟지요.  ㅎㅎ 이번 앨범에서 드럼을 친 제 후배도 그런 상황에 어딘가로 운전을 하러 가던 중 ‘사랑한다’의 후렴 멜로디가 생각났다면서 저한테 들려 주더라고요.

 

너무 쉬운 코드 진행이라서 바로 후렴의 코드를 달았어요. 그리고 내 전공이 아니라는 생각에 도입부분의 코드진행만 만들어 놓고 있다가, 이번 앨범의 컨셉과 맞는다는 생각에 나머지 부분을 완성하고 녹음을진행하게 되었죠. 공교롭게도 ‘울고’ 도 똑같은 과정으로 녹음하게 되었지요.

 

7]최근 앨범의 추천곡과 그 이유는...

A. 2번 트랙 ‘사랑한다’가 가장 추천곡이죠. 나름대로 이 시대를 살면서 이별의 경험이 있는 모든 이에게 추천합니다. 뮤직비디오로도 볼 만한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3번 트랙의 너무 늦게 말했지 리메이크 버전이 맛이 있어요.  재즈의 여유로움이랄까.... 그런게 느껴지거든요. 한번 맛들 보시죠?

8]최근 국내 최고의 트럼본주자 이한진씨의 솔로앨범 중 <아빠의 말씀>에 객원보컬로 참여했는데, 앨범에 참여한 계기와 이한진과의 작업은 어떠했나?

A. 한진씨는 코바나라는 라틴제즈팀에서 알게 됐는데요, 전에도 같이 무대에 선 적이 좀 있어요. 저는 묵직하면서 연주의 손맛이 살아 있는 음악은 모두 좋은 음악이라는 생각에 이번에도 역시 참여했고요, 솔직히 예상했던 것 보다 잘 나온거 같아요. ㅎㅎ 곡이 좀 유치한게 아닌가 했었는데 제가 요즘 목소리가 좀 나빠져서 그런지 오히려 잘 어울리는 듯 ㅋㅋㅋ . 그리고 처음 안 건데 블루스의 bending의 개념이 저랑 좀 다르더라구요. 그리고 한진씨는 거의 코미디언 수준이잖아요. 그래서 작업이 역시 재밌더군요.

9]유능한 보컬선생님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대중음악 보컬의 문제점을 지적해주고 싶은게 있다면, 그리고 보컬 강의시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A. 처음 강의를 하게 된건 2004년 부활에서 활동할 때 이고요, 전에 한서대학교 교내 행사곡을 녹음한 인연으로, 그 때 그곡을 쓴 영상 음악과 교수님의 추천으로 하게 되었죠. 솔직히 별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대학 강의, 보수가 썩 좋은 것도 아니고요. ㅎㅎ. 한데 막상 학생들을 보면서 내가 전해줄 것이 의외로 많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이후에 일주일에 2.3일씩 가까운데 위치한 학원에서도 수업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많은 후배들이 너무  편협된 스타일, 흔히 한국화된 알앤비,속칭 ‘소몰이’로 대변되는 방식으로만 노래를 하는 것에 놀랐어요.  이래서는 우리 음악의 미래가 긍정적이지 않다는 의협심? 같은 것도 느끼면서 좀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즉 요즘 활동하는 가수들의 노래도 그렇고, 노래를 하려는 지망생들도 그렇고 너무 비슷한, 즉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죠. 그것이 한국 대중 음악 보컬 뿐만 아니라, 우리 음악 전체에 깔린 문제라고 생각해요.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 말이죠.

 

그래서 저는 대중 음악의 모태가 되는 흑인 블루스의 특징을 리듬과 음정, 액센트등 나눠서 설명하고요, 노래를 더 다양한 방법으로 소화할 수 있는 여러 아이템들을 제공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암튼 저는 창의적인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많을 수록 음악 발전이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10]공연을 포함한 앞으로의 계획

 

A. 새로운 곡들을 쓰고 있고요. 정리가 되어서 최근5월31일에 예전 곡들과 엮어서 콘서트를 했습니다. 새로운 곡들은 우선 디지털 싱글로 한곡씩 낼 거고요. 8월 선보일 예정이고요.

그러면서 음악적 감동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려고 합니다. 많이 불러 주세요.

 

11]새 앨범을 내면서 하고 싶은 말

 

A. 언제부턴가 우리 음악이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총도 맞아야 되고, 심장도 없어야 되고, 손톱도 빠져야 되는 .....온통 자극적인, 속칭 막장 분위기... 그래야 대중들이 감동하는.... 하지만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대의 변화를 무시 할 수 없는 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사람들의 정서 변화라기 보다는 미디어와 거대 자본, 기획사등 구조적으로 길들여지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대중은 워낭소리 같은 영화에도 감동하거든요. 좋은 음악도 마켓팅적으로 조금만 홍보가 되면 분명 감동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많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제발 음악이 만들어 지는 힘든 과정이 더 알려져서 음악이 돈을 주고 사야만 하는 문화의 매체임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공감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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