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04.29 18:46 발행
[작가와의 만남] 마영신이 들려주는 '뭐 없는' 이야기
너무 솔직해서 발칙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
라디오서점(매주 금요일 오전 11시)에서 만화 단편집 <뭐 없나>의 작가 마영신을 만났다. 획일화된 성공시대에 지친 요즘 20대들에게‘조금 다른’시각의 88만원 세대를 보여주고 있는 마영신의 <뭐 없나>는 너무 솔직해서 발칙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만화가 배경인 한남동에서 보죠? ”
인터뷰 장소를 묻는 나에게 왠지 도전적으로 건네는 말투다. 첫 만남(?)부터 ‘마영신스럽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던 순간이다. 만화를 읽는 내내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라는 호기심을 끊이지 않게 해 준 작가 마영신. 대기업 회장의 저택이 줄줄이 위치한 갑부촌과 다국적 환락가 이태원 사이에 낀 서민 동네 한남동에서, 고대하던 그를 만났다.
88만원 세대의 음습발랄 성장기
88만원 시대를 살고 있는 20대 남녀가 모이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취업, 독립, 결혼이 코앞이다. 그래서 제2의 사춘기를 겪어야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남들보다 못하다는 열등감. 20대를 수식하는 또 다른 말이다.
하지만 마영신의 첫 단편집 <뭐 없나>를 들여다보면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적어도 이 만화 속 인물들은 그들의 세상에서 그저 행복해 보인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포르노를 보던 한남동 소년 마영신은 1998년,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친구 ‘개코’가 주선한 미팅에서 형의 ‘류시원 정장’을 빼입고 나가보기도 하지만 별 성과과는 거두지 못한다. 잘 놀고 싶지만 실상 그럴 능력도 용기도 없는 친구들과 놀이터나 빈 집에 모여앉아 소주나 까먹고 포르노나 보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다. IMF 바람에 실직한 아버지는 어느 날 이혼을 선언한다. 그리고 그날 그린 자화상으로 교내대회에서 상을 받는다.
2000년대 후반의 나날, 만화를 그리는 청년 마영신은 여전히 소년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나이트로, 이태원으로 놀러 다닌다. 나이트에서 만난 ‘딱 내 스타일’ 그녀는 친절 모드였는데 다음날 전화하니 모른 척하자고 한다. 경마 도박에 빠져 엄마 지갑에서 돈을 훔치기까지 하지만 짜릿함의 유혹은 쉽게 멈출 수 없다. 2006년 뜨거웠던 여름밤, 친구들과 놀러간 바닷가에서 술 취한 원숭이가 된 마영신은 험하게 생긴 친구한테 까칠하게 한소리 듣는다. 엄마는 새 남자친구가 술만 먹으면 돈을 너무 많이 쓴다고 푸념이고 마영신은 여전히 아버지에게 돈을 받아쓴다. 연애도 일도 그저 그렇게, 20대의 일상은 맹맹하다.
“그거 다 제 이야기예요. 전부다!”
나이트에서 만난 그녀에게 ‘쪽팔리게’ 차이고 철들 나이에 경마도박에 빠지고 10수만에 딴 면허하며 노름에 빠지고 결국 가정을 버린 아버지와 남자친구가 있는 어머니. 이 모든 것이 과연 마영신의 이야기일까?
“네, 맞아요. 그거 다 제 이야기예요. 전부다!”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그. 이렇게 자신을 세상에 적나라하게 밝혀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배짱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그야말로 ‘음습’하기만 한 마영신의 이야기인데 말이다. 용기가 필요하지는 않았냐는 질문에도 ‘막상 만화로 그리면 저절로 아무렇지 않게 돼요’ 라고 다시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만화를 그리면서 아버지, 어머니를 진짜 이해하게 됐어요.”
천천히 말을 이어가는 그에게서 또 다른 마영신의 모습을 본 순간이었다. 그는 만화를 통해 세상과 사람과, 그리고 마영신 자신과 소통하고 있었다. 고되고 어려운 만화계에서 그가 뻔뻔하게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뭐 없는’ 진짜 20대들의 이야기
고백해야겠다.
너무도 마영신스러운, 그의 만화를 읽으면서 나는 이 모든 이야기가(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마냥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의 이야기는 마영신이라는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이 세상 20대들의 진짜 모습인 것이다. 바로 ‘뭐 없는’ 우리 20대 말이다.
만화를 그리면서 가장 부담되는 이가 바로 자신이라는 작가 마영신. 그가 30대, 40대에 그려 낼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뭐 없나>의 작가 마영신의 인터뷰는 관악FM 홈페이지 내, 라디오 서점(2010년 7월 9일 금요일) 방송에서 다시 듣기로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작가가 편집장을 맡은 '살북4호' 에 나의 캐리커쳐를 그리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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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마영신은 1982년 세상에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남동에서 살고 있다. 2008년 작 그의 첫 단편집 <뭐 없나>는 2007년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사전 제작지원 공모 단편 옴니버스 부분 당선, 2009년 부천만화대상 우수만화상을 수상하였다. 여전히 가스, 전기, 수도, 상하수도, 인터넷, 유선 방송 요금을 내고 엄마 밥을 얻어먹으며 엄마 집에 얹혀살고 있는 마영신은 현재 <팝툰>과 무크지 |
